아이티가 겪는 현실은 단지 자연재해나 질병등의 문제가 아니라 기나긴 식민지 시절의 참혹함이 누적된 결과다. 아이티와 같은 가난한 제3세계 국가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한, 오늘날과 같은 방식의 외부 도움은 한순간의 온정에 그칠 수밖에 없고 오히려 대부분의 국민들의 가난을 더욱 심화시키게될 것이다.
카리브해를 포함한 남미 지역의 억압적 상황은 그 지역에 미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들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으며,
결국 이들이 고도 개발 국가의 하청 구조 안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요원하다.
서구 자본주의 국가의 발전에 주변부 국가들이 희생되는 것이다.
흔히들 가난한 나라들의 국민성을 폄하하는 것으로 문제를 회피하지만,
이것은 국민성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서구 중심부 국가들이 자신들이 발전해온 궤적대로 주변부 국가들이 발전할 수 없도록
자신들이 사용한 사다리를 걷어차버린 결과에서 기인했다고 하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결국 서구 중심부 국가들은 주변부 국가들이 발전하고 성장할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박탈한 채, 원조를 해도 여전히 개발되지 않는 현실을 국민성으로 돌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근본적으로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구조의 문제인데도 말이다.
이 지점에서 선교사로써 가장 어려운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심각하게 악하거나 위협적인 문제가 닥쳤을 때
대부분의 종교는 현실로부터 등을 돌리고 더 고상한 실재를 추구하는 것을 그 목표로 삼아왔다.
그것을 묵인하고 등을 돌리는 대신에 목숨 걸고 개혁하려고 애쓰는 것을 택했던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그러나 자신의 믿음을 실재의 세상에서, 실천 속에서 담아내고자 할 때에는 최소한 자기가 몸담은 사회 질서의 개혁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주님께 부름 받은 그리스도인들의 사명 중 하나가 아닐까?.
날은 점점 더워지는데 고민은 날로날로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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