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때쯤이면 많은 교회 모임들에서 윷놀이를 즐기는 일이 종종 있을 것입니다.
한때 저도 아주 신나게 '빽 도' 혹은 '미친 개'를 미치듯이 즐겼습니다.
그런데 몇년전 연말 몇분의 목사님 선교사님 그리고 믿음좋은 집사님 가정과 함께
모임을 가진 날 특유의 딴지걸기가 발동했습니다.
왜냐하면 다 아시다시피 윷놀이가 시작되면 목사 선교사 그런거랑 아무 상관없이
특유의 승부욕들이 발동하며 엄청난 긴장감이 조성되지 않습니까?
겉으로는 웃으며 덕담을 나누지만 가슴 속에는 들끓는 투지와 의욕으로 불타고 있으며..
때론 파트너인 아내가 낙장이라도 할라치면 몰래 눈길을 부라리기까지 하지요.
명색이 사역자들인데 서로 먼저 나려고 잡아먹고 올라타는 그게 싫어서 룰을 바꾸자고 제안 했어요.
모두 먼저 보내고 맨나중 나오는 팀이 일등으로 하자구요.
그랬더니 모두 반대에요.
그러면 '재미'가 없대요.
'재미'의 본질은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을 말합니다.
그 기분이나 느낌은 각자의 가치관이나 보는 기준에 따라 약간씩 혹은 많이 틀리기도 합니다.
오랬동안 기독교인으로써 그동안 가져왔던 가치관과 세계관을 바꾸거나 혹 버리는 과정을 살아왔었습니다.
제 원래의 모습이 호승심과 투지와 남을 밟고서라도 위의 자리로 나아가려는 것이었다면 그분의 가르침은
다투지않고 양보하며 더 낮아짐으로 남을 위해 기꺼이 나의 등을 내어주는 자리로 끊임없이 나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런 가르침에 동의하면서도 육신은 정말 마음대로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애써 그런 자리를 피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윷놀이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남을 있는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이기는 것입니다.
주어진 말판을 충분히 돌아다니며 가는 것이 아니라 샛길로 가야만 이기는 것입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가는 것이 아니라 요행으로 한꺼번에 올라타서 때거리로 가야 이기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룰이 있는대도 빽도나 미친 개같은 것을 새로 만들어서 남을 곤경에 빠뜨려야 재미가 더해지는 것입니다.
어디 윷놀이 뿐이겠습니까?
비록 사역자로써 좋은 말씀과 증언을 전파하는 자로써 살려고하지만
실재 우리가 즐기고 무의식 중에 가르치는 것은 이런 것들인 경우가 너무 많지요.
결국 그날 룰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던진 제안도 있고해서
저희부부는 끝까지 남의 말을 잡지않고 남의 갈길을 위해 죽을 자리에 말을 내어주고,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서로 샛길에서 잡고 죽이고 다시 시작하는 일을 반복하는 사이
저희 말 네개는
먼길을 돌아서 가정 먼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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